가오리역공인중개사사무소대표 조영환

대기업은 좋은 자리를 고르고, 성당은 좋은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 가오리역공인중개사사무소


길을 걷다 보면 큰 브랜드 매장이 어디에 있는지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맥도날드, 올리브영, 다이소, 그리고 오래된 동네 성당까지. 이들이 자리 잡은 방식을 읽으면, 그 동네의 입지가 조금씩 보입니다.
 
 
 
맥도날드는 사실 부동산 회사입니다
맥도날드는 겉으로는 햄버거를 팔지만, 실제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을 가진 기업으로 꼽힙니다. 상권을 분석해 유망한 자리의 땅을 먼저 사 두고, 그 자리에서 장사할 점주를 모집합니다. 본사 수익의 상당 부분이 햄버거가 아니라 그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메인 도로에 붙어 있고 도심에서 멀지 않은 자리를 먼저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올리브영과 다이소는 자리 고르는 법이 다릅니다
같은 '좋은 자리'라도 업종에 따라 고르는 방식이 다릅니다. 올리브영은 지하철역 출구 바로 앞이나 번화가 코너, 대학가 큰길처럼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A급 자리 1층을 선점합니다. 눈에 띄고 접근이 쉬운 목이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다이소는 넓은 매장 면적이 필요해, 오히려 임대료가 비싼 A급 목을 피해 큰길에서 살짝 벗어난 이면 상권이나 주택가 안쪽, 주차가 되는 단독 건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종종 길 하나를 두고 갈라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목이 좋은 자리와 넓고 생활에 밀착된 자리는, 둘 다 좋은 자리이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성당은 조금 다릅니다,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오래된 유럽 도시를 가 보면 성당은 대개 넓은 광장을 앞에 두고 서 있습니다. 그 광장은 예배 공간이면서 동시에 회의와 시장과 재판이 열리던 공공의 마당이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성당의 역할입니다. 과거의 성당은 종교시설을 넘어 관청과 학교와 병원의 몫까지 겸한, 지역의 행정과 교육과 의료 중심이었습니다. 수도원마다 학교를 두어 아이들을 가르쳤고, 태어나고 혼인하고 죽는 일을 기록하는 호적 관리도 교회의 일이었습니다. 병원을 뜻하는 영어 hospital이 순례자와 병자를 돌보던 교회의 환대, 곧 hospitality에서 나왔을 만큼 병자를 거두는 일도 성당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그곳에 모일 수밖에 없었고, 그 주변으로 시장이 서고 도시가 자라났습니다. 성당이 좋은 자리를 골라 들어간 것이 아니라, 성당이 있었기에 그 자리가 도시의 중심이 된 것입니다. 앞의 기업들이 이미 좋은 자리를 '고른' 쪽이라면, 성당은 그 자리를 좋은 자리로 '만든' 쪽인 셈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
여기서 입지를 보는 두 가지 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미 검증된 좋은 자리를 알아보는 눈입니다. 개인은 대기업처럼 상권 분석팀을 두기 어렵지만, 이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골라 놓은 자리가 도처에 있습니다. 집이나 상가를 고를 때 근처에 어떤 매장들이 어떻게 들어와 있는지를 참고 지표로 삼으면, 큰돈 들여 검증한 입지를 슬쩍 빌려 읽는 셈입니다. 다른 하나는 앞으로 중심이 될 자리를 내다보는 눈입니다. 성당이 도시를 만들었듯, 새 지하철역이나 큰 개발이 들어오는 곳은 지금은 한산해도 시간이 지나며 그 주변으로 사람과 상권이 모여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이미 완성된 중심을 알아보는 것과 앞으로 중심이 될 곳을 내다보는 것은 서로 다른 눈이고, 둘 다 필요합니다.
 
 
 
다만 오해는 하지 마시길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유명 매장이 들어와서 그 동네가 좋아진 것이 아니라, 이미 좋은 자리였기 때문에 그들이 들어온 것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 무슨 매장 있으니 값이 오른다"는 식으로 뒤집어 읽으면 곤란합니다. 이들의 선택은 검증된 입지를 알려주는 신호일 뿐, 값이 오른다는 보증이 아닙니다. 상권은 시간이 지나며 변하고, 좋은 입지에는 그만큼 값이 이미 붙어 있기도 합니다. 참고 지표의 하나로 삼되, 결국 내 예산과 목적에 맞는지는 따로 따져야 합니다.
 
 
 
강북과 수유동을 걸어 다녀 보면, 오래된 성당과 큰길가 매장들, 주택가 안쪽 가게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 배치를 눈여겨보는 것만으로도 동네를 읽는 눈이 조금씩 생깁니다. 내 집이나 가게 자리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전화나 문자로 편하게 문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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